빵 굽는 AI·탄소 버터·코코아 없는 초콜릿…글로벌 제빵 스타트업 지형 바뀐다

인력난과 원재료 가격 급등, 건강 수요 변화 속에 해외 제빵 스타트업이 수요 예측 AI·정밀발효 원료·대체 지방과 초콜릿·자동화 로봇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2026년 투자와 협력 사례로 흐름을 정리했다.

2026.10.21
빵 굽는 AI·탄소 버터·코코아 없는 초콜릿…글로벌 제빵 스타트업 지형 바뀐다

제빵 산업이 기술 산업으로 바뀌고 있다. 인력난과 원재료 가격 급등, 소비자 건강 수요 변화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해외 제빵 스타트업은 수요 예측 AI와 정밀발효 원료, 대체 지방과 대체 초콜릿, 자동화 로봇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2026년 투자 유치와 대기업 협력 사례를 중심으로 흐름을 정리했다.

기업국가분야최근 동향
푸드포캐스트독일수요 예측 AI2026년 2월 시리즈A 800만 유로
브레드패스트이집트빵 배달·퀵커머스2026년 초 프리 시리즈C 5,000만 달러
에브리컴퍼니미국정밀발효 달걀 단백질시리즈D 5,500만 달러, ADM과 양산
세이버미국탄소 기반 버터3,200만 달러 투자, AAK와 공동 개발
플래닛에이푸드독일코코아 프리 초콜릿배리칼레보 통해 미국 진출
리그레인드미국업사이클 곡물 원료퓨라토스와 공급 계약
윌킨슨베이킹미국매장형 제빵 로봇마트 매장에 브레드봇 설치

◇ 폐기 줄이는 AI, 제빵 투자 무게중심으로=독일 쾰른 푸드테크 기업 푸드포캐스트(Foodforecast)는 2월 26일 800만 유로(133억원대) 규모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시프트인베스트(SHIFT Invest)와 유럽순환바이오경제펀드(ECBF)가 공동으로 투자를 이끌었다. 이 회사는 판매·날씨·행사 데이터를 묶어 하루에도 여러 번 수요 예측을 갱신하고 매장별 생산·발주량을 제안한다. 당일 팔지 못하면 버려야 하는 빵 같은 초신선 품목에 특화했다.

푸드포캐스트는 유럽 매장 5,000곳 이상에 솔루션을 공급하고 있다. 고객사는 음식물 폐기를 최대 30% 줄이고 매출을 최대 11% 늘렸으며 수작업 계획 업무 90% 이상을 자동화했다고 회사는 밝혔다. 지금까지 줄인 음식물 폐기량은 8,800톤을 넘는다. 회사는 이번 자금으로 영국 시장에 진출했다. 영국 제빵업계에서만 피할 수 있는 폐기물이 해마다 7만5,000톤 나오고 비용은 11억 파운드에 이른다는 점을 겨냥했다.

빵 배달로 출발한 플랫폼도 몸집을 키웠다. 이집트 브레드패스트(Breadfast)는 2017년 아침마다 갓 구운 빵을 집 앞에 배달하는 서비스로 시작해 식료품 퀵커머스로 사업을 넓혔다. 이 회사는 올해 초 무바달라(Mubadala)와 올라얀파이낸싱 등에서 프리 시리즈C 투자 5,000만 달러(700억원대)를 유치했다. 연내 시리즈C를 거쳐 기업공개(IPO)까지 내다보고 있다.

분홍색 배달 가방에 브레드패스트 로고가 적혀 있다이집트 빵 배달·퀵커머스 플랫폼 브레드패스트 (사진=브레드패스트)

◇ 달걀·버터·코코아 대체 원료가 주류로=원재료 가격 불안은 대체 원료 스타트업에 기회가 됐다. 미국 에브리컴퍼니(The Every Co.)는 정밀발효로 달걀흰자 단백질을 만든다. 정밀발효는 효모나 곰팡이 같은 미생물을 프로그래밍해 특정 단백질을 생산하는 기술이다. 이 회사는 맥윈캐피털파트너스가 이끈 시리즈D에서 5,500만 달러(770억원대)를 조달하고 제빵을 핵심 시장으로 삼았다. 분말 형태로 유통기한이 18개월이어서 냉장 물류 부담이 적다. 8월에는 곡물 대기업 ADM과 손잡고 미국 아이오와주 공장에서 상업 규모 생산에 들어간다고 발표했다. 2026년 유청 단백질 가격이 파운드당 1.52달러에서 2달러 이상으로 뛰면서 단백질 강화 원료 수요가 몰렸다. 핀란드 오네고바이오(Onego Bio)도 정밀발효 달걀흰자 단백질을 제과·제빵 원료로 내놓고 있다.

OvoPro 달걀흰자 단백질 봉투 옆에서 스탠드 믹서가 머랭을 치고 있고, 구운 파운드케이크 두 개가 놓여 있다에브리컴퍼니의 정밀발효 달걀흰자 단백질 OvoPro (사진=에브리컴퍼니)

버터 대체재도 나왔다. 미국 세이버(Savor)는 포집한 이산화탄소와 그린수소로 지방 분자를 합성해 농업 없이 버터를 만든다. 2025년 3월 상업 출시 뒤 샌프란시스코 베이커리 제인더베이커리가 이 버터로 크루아상을 구웠다. 세이버는 올해 3,200만 달러(448억원대) 전략 투자를 받았고 7월 스웨덴 유지 기업 AAK와 2년 공동 개발 계약을 맺었다. AAK는 지분 투자도 했다. 연간 생산량은 수 톤에서 수백 톤 규모로 늘릴 계획이다.

코코아 값 급등은 대체 초콜릿 시장을 키웠다. 독일 뮌헨 플래닛에이푸드(Planet A Foods)는 해바라기씨를 발효·로스팅해 코코아 없는 초콜릿 초비바(ChoViva)를 만든다. 세계 최대 초콜릿 원료 기업 배리칼레보(Barry Callebaut)가 5월부터 미국 독점 유통을 맡았다. 같은 달 마스(Mars)는 이 원료로 독일에서 첫 코코아 프리 제품을 출시했다. 플래닛에이푸드는 6월 설탕을 넣지 않은 제품까지 내놓으며 제빵 필링·코팅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회사는 기존 초콜릿 대비 탄소 배출을 82~91% 줄인다고 설명한다.

◇ GLP-1 시대, 빵에 단백질·식이섬유 더한다=비만 치료제 GLP-1 확산은 빵 레시피를 바꾸고 있다. 미국 제분 기업 아던트밀스(Ardent Mills) 조사에서 GLP-1 사용자는 식이섬유와 영양을 가장 많이 따졌고 저탄수화물과 식물성 단백질이 뒤를 이었다.

GLP-1 사용자가 찾는 특성응답 비율
고식이섬유78%
고영양78%
저탄수화물73%
식물성 단백질61%

업계는 식이섬유와 단백질과 통곡물을 한 제품에 겹쳐 담는 방식으로 대응한다. 미국 식품 전문지 프리페어드푸즈는 단백질 강화 빵과 간식이 이끌어 미국 신규 베이커리 제품 출시가 12% 가까이 늘었다고 분석했다. 단백질 20g짜리 베이글이 대표 사례다.

원료 기술도 따라왔다. 미국 베이스테이트밀링은 일반 밀가루보다 식이섬유가 10배 많은 밀가루를 선보였다. 이탈리아 밀보(Millbo)는 콩류 가루와 발아 곡물과 활성 사워도우를 섞은 기능성 빵 원료를 내놨다. 단백질은 쓴맛을, 식이섬유는 퍽퍽한 식감을 남기기 쉬워 맛과 질감을 지키는 배합 기술이 경쟁력으로 떠올랐다. 저탄수화물 빵 브랜드 히어로브레드(Hero Bread) 같은 스타트업이 이 시장을 일찍 파고든 이유다.

◇ 버려지던 부산물, 제빵 원료로 재탄생=업사이클링도 제빵 원료 공급원으로 자리 잡았다. 미국 리그레인드(ReGrained)는 맥주 양조 후 남는 곡물 찌꺼기로 통밀가루보다 식이섬유가 3.5배 많은 원료를 만들어 제빵 원료 기업 퓨라토스(Puratos)와 공급 계약을 맺었다. 폴란드 리브레드(Rebread)는 남은 빵을 곰팡이 고체발효로 다시 제빵 원료로 바꾸는 기술을 유럽연합 식품혁신기구(EIT Food) 지원을 받아 상용화하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들은 세계 업사이클 식품 시장이 2026년 9억2,000만 달러에서 2036년 24억7,440만 달러로 연평균 10.4% 성장할 것으로 내다본다.

◇ 일손 빈자리 채우는 로봇과 비전 AI=제빵 공장 자동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제빵 설비 기업 AMF베이커리시스템즈는 대책이 없다면 2030년까지 주요 시장에서 제빵 인력이 5만명 이상 부족할 것으로 봤다. 비전 AI는 빵 모양과 색, 토핑 위치를 밀리초 단위로 검사해 불량과 재작업을 줄인다. 반죽기에는 수분과 재료 비율을 실시간으로 조정하는 스마트 제어가 들어가고 있다.

매장 단위 자동화도 나왔다. 미국 윌킨슨베이킹(Wilkinson Baking)의 브레드봇(BreadBot)은 반죽부터 성형·발효·굽기·냉각까지 혼자 처리해 마트 매장에서 갓 구운 식빵을 판다. 로봇 기업 화낙(FANUC)과 오븐 제조사 비스호이(WIESHEU), 리테일 설비 기업 반츨(Wanzl)은 협동로봇 기반 매장 베이킹 시스템 바키스토(Bakisto)를 함께 개발했다. AI가 과거 판매와 재고로 하루 필요량과 굽는 시점을 계산하면 로봇이 트레이를 오븐에 넣고 꺼내 진열대까지 채운다. 자동화 기업 SPI오토메이션은 제빵 공장 로봇 투자 회수 기간을 1~3년으로 제시했다.

흰색 기계 왼쪽에서 반죽이 발효·굽기 구간을 지나고, 오른쪽 유리문 안 선반에 구운 식빵이 진열돼 있다반죽부터 굽기·진열까지 혼자 처리하는 윌킨슨베이킹의 브레드봇 (사진=윌킨슨베이킹)

◇ 시사점=글로벌 제빵 혁신은 오븐 안보다 밖에서 일어나고 있다. 무엇을 얼마나 구울지 정하는 데이터와 무엇으로 구울지 정하는 원료, 누가 구울지 정하는 자동화가 스타트업 주요 무대다. 투자 자금도 개별 베이커리보다 제빵 산업 전체에 공급하는 B2B 기술 기업으로 쏠리는 흐름이 뚜렷하다. 원재료 수입 의존도가 높고 프랜차이즈 베이커리 비중이 큰 국내 시장에도 수요 예측과 대체 원료 분야에서 기회가 열려 있다.


참고 자료